지금 한국에서 컨퍼런스란 어떤 의미인가?

한국에서 IT 컨퍼런스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IT 컨퍼런스는 주로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로 여겨진다.

그래서 특히 전문가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발표를 하고, 사람들은 그 발표를 듣는 것에 그치고 있다.

물론 이런 컨퍼런스도 많은 가치가 있지만,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소통하고 지식을 나누는 컨퍼런스가 나는 더 좋다고 생각한다.

파이콘 한국을 시작하기 전에 갔던 PyCon JP와 PyCon TW는 정말 달랐다.

일본과 대만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곳 다 다른 경험이었고 매우 좋았다.

알다시피 당시에 나는 단순히 참가자였고 발표자도 아니었다. 그냥 참가자로서 컨퍼런스를 즐겼고, 이걸 만들게 싶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참가해 본 PyCon US는 더욱 달랐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매우 친근했다. 단순히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듣고, 서로의 경험을 비교하며, 더 나아가 서로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이 가능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같이 아침을 먹고 이름을 교환하며,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듣고, 나도 어떤 일을 하는지 이야기하고, 나중에 다 같이 모여서 맥주를 마시거나 (나는 안 갔지만) 마라톤을 하거나 도시를 즐기거나 하는 것들이 가능했다.

혹자는 이런 것을 네트워킹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냥 친구를 사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파이썬을 좋아하는 친구.

그래서 나는 이러한 컨퍼런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국의 운영진들은 그런 컨퍼런스를 만들기 위해서 다 같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어떤가? 참가자들이 주로 발표를 듣고 돌아간다. 최근 들어 인프런 등 OST나 Office Hour를 통해 참가자들이 서로 만나는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파이콘 한국의 경우도 OST와 마지막인 라이트닝 토크까지 남는 참가자는 적다.

한국에서 박조은님이 도입한 차일드케어도 좋은 시도였다. 참가자들이 자녀를 데리고 와도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 이후로 많은 부분이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더 나은 컨퍼런스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슨 말이 하고 싶냐고? 혹시나 PyCon US를 참가한다면 다른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보라는 것이다.

어떻게 PyCon US 2024를 즐길까?

먼저 제일 중요한 것은 세션을 듣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세션을 듣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세션을 듣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PyCon US의 모든 세션은 거의 바로 유튜브에 올라온다. 그러니까 세션을 듣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 보자.

정말 꼭 들어야겠다는 것만 들어도 된다.

그리고 아는 사람들끼리만 있는 것을 줄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자.

PyCon US 에서는 code of conduct 가 잘 지켜진다. 안심해도 좋다.

즐기는 법을 배우자

어떻게 즐기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https://us.pycon.org/2024/events/newcomer-orientation/

Open Space Technology

Open Space Technology는 주로 줄여서 OST로 불리고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세션을 만들어서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파이콘 한국에도 OST를 도입하긴 했지만 아직 참가가 저조하다.

파이콘 본 발표 날부터 OST 패널이 붙는데 여기에 포스트잇으로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붙여둔다.

시간과 장소가 정해지면 그곳에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다 모르는 이야기라고? 내 이야기를 하면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냥 전부 다 파이썬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렵지 않다.

모든 주제가 가능하다. 요가를 배우거나 TRPG를 하거나 3D 프린터 모임도 있고 뭐든지 가능하다.

없으면 내가 만들면 된다.

다만 OST를 열거나 참가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나는 팩맨 룰이라고 생각한다.

자리를 비워 둬야 누군가가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그 들어온 사람도 또 자리를 만들어 둬야 다른 누군가가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계속 큰 팩맨을 만들고 주제를 분화시켜서 두 개의 팩맨이 되고 몇 번 OST를 참가하면 더 많은 경험과 다양함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Lightning Talk

라이트닝 토크는 5분간 발표를 하는 시간인데 이것도 참 좋고 인기가 많다. PyCon US에서는 첫날 저녁, 다음 날 아침, 저녁 이렇게 계속 열린다. 영어를 못한다고? 괜찮다.

매우 당황했던 못하는 영어로 발표한 나의 첫 파이콘 US 라이트닝 토크를 들어보자.

https://youtu.be/54q_cPCNNS8?si=q8RGqZrwfeRWCgPd&t=172

생각해 보자. 한국에서야 여러 번 발표하고, 여러 가지 내용을 했지만 내가? 영어로? 응? 2,000명 앞에서?

그런데 그게 두렵고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냥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보자.

Sprints

스프린트는 파이썬으로 개발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파이썬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시간이다. 파이썬 코어 같은 무섭고 중요한 것만이 아니라 간단한 것도 많고 이슈를 만들어 주거나 테스트를 해주는 것도 기여다. 많은 사람이 모여서 으쌰으쌰한다면 프로젝트 개발자도 기뻐하고 프로젝트를 계속 만들 동력이 생긴다.

내가 제일 궁금하지만, 아직 참가를 못 해본 것은 GNU Mailman 프로젝트다. 거의 매년 열리는 것으로 아는데 슬쩍 지나가 봤을 때는 포스가 넘치는 분들이 조용히 이야기하면서 뭔가를 하고 있어서 좀 무서운 느낌?

참가해 본 스프린트는 Ansible 같이 유명한 것도 있고 PyVideo라고 파이콘 영상을 모아둔 사이트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도 있었다. 올해는 뭘 할지 모르겠지만, 문서의 오타를 잡아주고 테스트를 돌려주는 것만 해도 기뻐해준다.

내가 좋아하는 Home Assistant도 예전에 스프린트를 했는데 지금은 회사가 돼서 어떨지 모르겠다.

자원봉사

자원봉사는 무엇보다도 컨퍼런스를 즐기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나는 아직 PyCon US에서는 못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자꾸 뭔가 할 일이 많이 생겨서 못하고 있다.

이건 풀타임이 아니라서 몇 시간만 봉사도 가능하다. 발표자랑 친해지거나 운영진과 친해지기도 쉽고 경험도 얻을 수 있다. 영어를 못한다고? 나는 라이트닝 토크 발표도 했다.

PyCon US 2024 자원봉사는 여기서 알아보자

매우 잘 나와 있다. 영어라고? 번역기를 써보자.

기타

홈페이지에 즐길 거리도 링크가 돼 있다.

https://us.pycon.org/2024/all-about-pitt/recommendations/

참조